정유정 작가는.......독자를 너무 힘들게 한다.
이번에는 천천히 읽어야지......하고 마음 먹었던 건 책의 도입부를 지나면서 그냥 까먹어 버렸다.
이 정도면 작가에게 혹사당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도 역시........며칠을 새벽까지 눈이 빨개지도록 책을 읽었다.
아마 내가 아무 할일도 없는 백수였다면, 16부작 드라마 정주행 하듯,
잠도 밥도 거르고 단숨에 읽어버렸을거란 생각이 든다.
유나라는......모르고 보면 매력적이지만 알고보면 굉장히 무서운 여자,
그 여자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 행성같은 존재들, 사라져간 남자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다 알고 읽으면서도 뒤가 미치도록 궁금했던건......그게 밝혀지는 과정이겠지.
뭐 그렇게 엄청난 반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충 짐작을 하고 읽고 있었는데도 온몸에 힘을 주며 읽게 되었다.
마지막의 반전은 없었지만, 읽는 중간중간에 계속 앞을 뒤져서 다시 읽기도 했다.
예능에서 말하는 떡밥이라는거.......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복선, 그거..... 그거 때문에.....
처음 읽을 땐 눈치채지 못했다가 뒤에서 아! 그거? 하면서.
작가들은 소설을 쓸때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시간 순서대로 쓴 다음에 막 섞을까......아니면 처음부터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순서대로 쓸까.
둘다 엄청난 노동이 필요할 것 같았다. 쓰는 것보다 탈고가 더 힘들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종종 느끼고는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입밖으로 내어보지 못했던 말을 작가가 해준 것 같다.
SNS에 관심이 없어서라기 보다 의도적으로 피하는 주변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에 위와 비슷한 이유가 있을거라 짐작한다.
세상은 나에게 행복해야 하고, 남들은 다들 꽤나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내 삶만 이렇게 평범한가.
때로는 초라해지기까지 하는 내 모습이 실은 정상인가? 아니면 내가 진짜 불행한가?
고민하게 되는 그 사회적 소통의 도구.
내가 SNS의 순기능에 동의하고 나도 이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늘 좋은 얘기만 하고 자랑만 일삼는 이들의 글을 휙 넘겨버리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말 때문에 잠시 고민했다. 누구지?
찾아보니 '고유정'이라는 이름이 검색됬다. 아참, 그랬었지~
한때 남편들이 세상에서 젤 무서운게 마누라라며....자다 가고 싶지 않으면 잘해야 한다며 농담처럼 말했었지.
전남편을 죽였다는 점, 그때 자신의 아이와 함께였다는 점, 현남편의 아이의 질식사와 연관이 없지 않을거라는 점...
소설의 모티브가 된 부분인 듯 하다.
그 둘을 그렇게 만든 것은 현재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 했다 들은 것도 같다. 그 부분도~
정유정 작가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쌓였다.
이런 집중력으로 러브스토리를 좀 쓰시면 참 좋을텐데~~ 그쪽으론 뜻이 없으신게 아쉽기도 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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