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을 읽었고, 소설을 읽었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혹자는 뻔한 내용이라 비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하루키를 끼워 팔아먹기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나도 그점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하루키 책만 나오면 안달나는 독자들이 많다지만
(실제로 그런 독자가 그만큼 많은건지, 그 이름으로 팔아먹기 하려고 하는 출판사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루키가 후기를 썼다고 표지에 까지 게재를 하는건 좀~~~
뭐 그야 그렇다치고....
어쨌거나 나는 재미있게 봤다.
언젠가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제목을 듣고 적어두었으나 사기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도서관 구경갔다가 보이길래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다. 요즘 책 읽을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가져가보지 뭐~하고...
그런데 몇장 읽다보니 확 끌려서 결국 (다행히) 반납일을 하루 앞두고 완독할 수 있었다.
현실세계를 버리고 극북지방 시베리아로 이주한 주인공 메이크피스의 아버지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만든 세상
너무나 문명화된 세계를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도시를 건설했고 평화를 유지하며 잘 사는가 싶었으나,
외세의 침입으로 붕괴되기 시작하고, 결국 법없이 국가(여기선 마을이지만)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인간은 결국 눈앞에 닥친 이익 또는 불행을 이유로 남을 파괴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상이라 믿고 있는 현대 도시의 허황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가 궁금해서 숨차게 읽긴 했는데, 소설은 결론을 명쾌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서......메이크피스의 터전과 그 주변만 그리 되었다는 것인지.....시베리아 벌판을 둘러싼 그 주변이 폐허가 되었을뿐
저 멀리 유럽이나 미국은 무탈하게 현세를 유지하고 살고 있다는 것인지.....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암시적인 내용이 담긴 것은 분명하고,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염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친듯이 더운 여름을 나고 있는 요즘, 더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도시 폴린에 대해 나올때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퍼뜩 떠올랐는데,
과연 작가의 체르노빌 취재 경험도 이 소설에 녹아있다는 것을 하루키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배경의 설정 자체는 시녀이야기나 화씨451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작가의 문장력인건지, 번역의 묘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외국소설을 읽을때 잘 느끼기 힘든
"마음에 와 닿는 문체" 또한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제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지도 마음에 든다.
이미 읽어버렸으니 그러지 않겠지만, 내가 사서 소장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좋은책읽기 >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창무,박미랑『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0) | 2018.08.23 |
---|---|
박효진『전자책으로 부업하기』 (0) | 2018.07.03 |
오스틴 라이트『토니와 수잔』 (0) | 2018.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