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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빌 브라이슨 『나를 부르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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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2 킬로미터가 짧아 보인다고? 당치 않다. 배낭을 짊어지고서는 강건한 사람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어떤지는 동물원이나 어린이공원에 가서 한 발짝도 못 걷겠다고 우기는 아이를 목말 태워주는 걸 상상하면 된다. 목말 탄 아이를 떨어뜨리는 시늉을 한다든지, 나뭇가지같이 낮게 드리워진 뭔가에 달려가 부딪치기 직전에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난을 한다든지 처음 몇 분간은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점차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목이 쑤시고 어깻죽지가 저려 오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아이에게 잠시만 내려 놓겠다고 말하게 된다.

물론 아이는 떼를 쓰며 안 걷겠다고 우기고, 당신의 반려자는 당신을 한심한, 미식축구 선수 같은 듬직한 남자에게 시집갔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다. 왜냐고? 400미터도 채 못 갔으니까. 하지만 정말 아프다. 엄청 아프다. 나는 이해한다.



2


그건 카츠의 인내심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카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소변을 보러 일어나 나를 지나쳐 갈 때 그의 입가에는 밤에 화물 열차가 지나갈 때 나는 '퍽퍽' 소리를 줄이고 줄여서 표현한 듯한 비속어가 맴돌았다.



3


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의 백미가 상실에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모든 경험이 바로 스스로를 철저히 일상생활의 편리함에서 격리시키는 것, 그래서 가공 처리된 치즈나 사탕 한 봉지에 감읍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코카콜라 한 잔에 마치 처음 마셔보는 음료수인 것처럼 넋이 나갔고, 흰 빵으로 거의 오르가슴을 느낄 뻔했다.



4


"넘어졌어요?"

한 친구가 밝게 말했다.

"아니, 그저 물을 가까이 보고 있는 중이야." - '이 저능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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