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려운 일이 생길수록 몸단장, 마음 단장, 놓치면 안 돼!"
어머니는 늘 말했다.
세상은 무너지는 사람을 붙잡아주지 않는 다는 게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무너지는 사람을 보면 더 밀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설령 죽을 만큼 배가 고파도 뱃속 허기가 내는 비명 소리를 헛기침으로나마 단호히 감출 것이며,
외로워도 눈물 나도 사람들과 눈 마주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어 단속해야 할 것이고,
화가 머리 꼭대기를 뚫고 솟아도 오늘과 내일을 고려한 비즈니스 전략을 버려선 안 된다고 어머니는 가르쳤다.
2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나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낯선 타인보다 오히려 멀다고 느꼈다.
"엄마! 아빠" 그녀는 입 속으로 불러보았다. 회한이 가슴을 쳤다.
'엄마 아빠'라는 이름이야말로 사람으로서 당신들을 이해하는 길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엄마! 아빠!라는 말속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코미니 프로를 흉내 내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절대적일 것, 일방 통행일 것이라고,
그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거역할 권리가 엄마 아빠에겐 없었다.
그들은 거역할 수 없는 천리로서의 사랑을 지녀야 했고,
자식들은 그 사랑을 일방적으로 누릴 천리로서의 권리가 있었다.
성년식을 치르고 난 자식들도 그러했다.
3
"오래되어, 잊었나요?" 나는 잇달아 칼을 던졌고,
"어떤 애비가, 아이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을 잊겠는가."
그의 눈에 푸른 섬광이 언뜻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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