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인생이 대하소설이라고 스스로 감탄하는 사람의 이야기일수록 상투적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꼭 한번 소설로 써보라는 사람에게 요셉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이니 당신이 직접 쓰라고 대답해왔다.
조언과 충고를 구하는 사람도 질색이었다.
의욕적인 계획을 늘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오직 동의를 원할 뿐이었다.
충고를 구하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희망을 기대했다.
비관이 신중함이고 냉정해야만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셉의 충고는 반아들여지기 힘들었다.
결국 시간만 아까웠다.
2
젊은이들의 새로움은 짧았고 그것이 풍부한 변주로 이어질 만한 내적 체계까지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새로운 것과 어린 것은 달랐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기에는 그들은 서사가 빈약했다.
3
흥미가 없는데도 기승전결이 따라주면 어쨌거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게 돼 있었다.
결말을 기달리는 게 이야기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패턴이면 더욱 그랬다. 그것의 통속의 위대성이다.
4
선생님은 꼭 시간이 남아돌 때만 연락하더라?
그럼 시간 없으니까 못 만난다고 연락해야 하나?
그것이 그들의 첫 대화였다.
5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틀을 지켜야 하고 더이상 동의하지 않게 된 이데올로기에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6
남과 다른 개인적 선택을 하려면 반드시 뭔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이 나라의 삶 자체가
무식한 단체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물이 났다.
메뉴를 고를 때 고등어구이와 갈치조림 사이에서 고민했던 요셉은
그들이 두가지를 모두 주문하여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
7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애인을 다른 사람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8
낫지 않을 병을 오래 앓았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늘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9
그러나 백화점처럼 돈밖에 모르는 장소에서는 정당한 분노가 콤플렉스나 물정 모름,
특히 선망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판단 덕분에 가까스로 화를 참을 수 있었다.
10
사실 대화란 건 해로운 거야.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다보면, 대화로도 안되는 사이라는 편견만 굳어져.
대화로 풀자는 건 자기 말을 잘 들어보라는 뜻이거든.
11
명품 가방은 당연히 사줘야지. 어차피 지가 들고 다닐거잖아.
네?
여자 핸드백은 대신 들어주려고 사주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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