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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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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들이 책을 먹는다는 거요?"
"바로 그겁니다."
"당신들....책을 먹어요?"
"아니요, 예. 어찌 보면 그렇지요. 그렇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골고는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책을 먹는게 아닙니다."
고피드가 대신 끼어들어 그를 구해주었다.
"우리가 책 좀벌레들처럼 종이를 갉아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독서를 하면 배가 부릅니다."
"뭐라고요?"
"사실 좀 난처한 일입니다만..."
골고가 말했다.
"독서처럼 아주 고도의 정식적인 일을 하면 음식을 소화할 때와 같은 평범한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믿을 수 없군요!"
내가 말하고는 웃었다.
"그것도 당신네들 농담 중 하나지요, 맞죠?"
"독서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농담하지 않습니다."
고피드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2

내가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는 없었다.
오, 내 충실한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늦은 저녁 막 촛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안식을 취하려 하는데,
문득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느낌을 아는가?
그럴 개연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방 안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그런 느낌을?
문도 열리지 않았고 창문도 굳게 닫혀 있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도
나를 위협하는 존재를 느낄 수 있다면,
불을 켜보면 물론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불안했던 느낌은 사라지고 어린아이처럼 두려워했던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불을 끈다.
그러자 다시 거기에 뭔가 있다.
무언가 어둠 속에서 엿보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제는 심지어 숨소리도 들린다.
그것이 가까이 다가와 침대 주위를 슬그머니 돌아다닌다.
그러고는 그대들의 목덜미에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숨결을 내뿜는다.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그대들은 눈을 뜨고 공포에 떨며 벌떡 일어난다.
다시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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