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책읽기/밑줄긋기

진산마님 『마님되는 법』

728x90
728x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성격이 나쁘다'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 잘하고 사소한 일에 시비 잘 걸고
핑계를 잘 대는 성격을 더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성격이 더럽다'는 것은 욕이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고집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고 싫은 일을 거부하면서
살아왔다는 뜻으로 통한다.


2

결혼 준비는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몹시 신경 사나운 일이다.
어떤 심약한 여인네들은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결혼의 꿈을 접기도 한다.
'결혼? 그거 해서 뭐해? 혼자 살면 되잖아, 뭐!' 하고 말이다.

대부분의 선배 기혼자들으느 그럴 때 뭐라고 할까?
'해도 후회, 안해두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니 기왕이면 해보고 후회하는 쪽이 나을거다'
라는 말을 여러분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안하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안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결혼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자신의 인생에 개입할 권한을 타인에게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
....
....
....
어쨌거나 천신만고 끝에 이제 겨우 한 사람의 어엿한 어른으로 독립해서
자신의 뜻대로 살게 되는가 싶은 그 순간, 형제보다도, 친구보다도, 부모보다도
더 강력하게 인생에 간섭할 권리를 가진 배우자를 들여놓게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
......
....
자기~ 늦지 말고 일찍 와야 해~ 자기가 없으면 난 너무 외로워~.
자기~ 밤 늦게까지 TV보면 안돼~ 눈 나빠지잖아~.
자기 건강이 최고야~.
자기~ 아침에 자기가 해 준 사랑의 아침 밥 먹는거 너무너무 행복해~(우웩 우웩).

이 모든 소리가 사랑의 속삭임으로 들릴 수도 있다.
배경음악으로 러브 스토리 같은 게 깔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그 소리가 불과 얼마 안가서 이렇게 들리게 된다는 것을.

이 인간가! 어딜 술 처먹고 밤새도록 싸돌아다녀?
야, 잠 좀 자자, 잠좀!
넌 어떻게 된 게 된장국 하나 제대로 못 끓이냐?
남편이 출근할 때 아침 밥 정도는 먹여서 내보내야 할 것 아냐?
처자빠져 잠만 퍼 자지 말고!

간신히 성인으로 독립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배우자라는 존재는 당신의 일상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밤에 귀가하는 시간에,
당신이 하루에 쓰는 돈의 액수와 직장을 옮기는 문제에,
당신이 즐기는 취미 활동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간섭한다.
어떤 것은 애정이며 어떤 것은 걱정이고 어떤 것은 짜증이다.


3

결혼이라는 게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거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혼자 살 때의 자유를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대신 서로 도움되는 면이 있는데, 이건 즉 자유를 포기한 대가다.
둘 다를 가지기는 불가능한 게 안타깝다.


4

마님이 되고 싶은 이들이여,
남이 잘 사는거 보고 '우웃, 우리 삼돌이는 아직 많이 부족해' 같은 생각은 하지 마라.
데모 버전은 원래 다 삐까번쩍하다.
남들한테는 다 좋은 소리만 하기 마련이다.
그 소리 믿고 괜히 집에서 바가지 긁지 마라.
나중에 역습당할 수 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아이 교육에만 나쁜 게 아니다.
삼돌이 교육에도 치명적이다.


5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다.
싸움이란 대부분 '내가 옭고 너는 그르다'를 주장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실제 싸움의 의미는 판결에 있는 게 아니다.
너는 그런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약간 격렬하고 볼륨 높은 대화일 뿐이다.
만약에 괜히, 근거 없이, 혹은 실수로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라면 대화할 때 변명거리가 딸린다.
당연히 진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자기 근거가 충실하다면 그 싸움은 결판나지 않는 영원한 전쟁이 된다.


6

1. 싸울 때 목소리 큰 쪽이 진다.
목소리 크면 장땡일 것 같지만 의외로 안 그렇다.
평소에는 기차 화통이 되더라도 이때는 냉정해야 한다.

2. 그렇다고 숨죽여 질질 짜면 진다.
상댁 버럭버럭 화내는데 말대꾸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잉잉 울면 진다.
울지 마라.
울더라도 뜨거운 눈물이 아닌 차가운 눈물을 흘려야 한다.

3. 항상 냉정해야 한다.
전투에 입각해 냉정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 끗발이라도 냉정한 쪽이 이긴다.
상대가 열기를 다 내뿜을 때까지 기다려라.
뜨거운 기운은 쉽게 폭발하고 쉽게 흩어진다.


7

정말로 누군가와 사이좋게 오래 살고 싶다면, 거리를 좁히려고만 애를 쓸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나도 인간인데 살아오면서 다른 이에게 상처 준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 돌이켜 보면 치명적인 상처를 준 것은
대부분 너무 정도 이상으로 가까워지려고 했던 경우들이다.


8

다만 나는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과제를 수행하듯이 애를 키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보살펴 줄 사람이 있다면 맡기고,
도움도 받고,
없으면 내가 하고,
애 안 봐준다고 다른 이를 원망하지도 않고,
애와 일 사이에서 신음하다가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살려고 할 뿐이다.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