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제로 그렇게 발음해본 적은 없지만
그때 누군가 내 심장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었다면
아마도 이런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왜 태양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 거야?
왜 니들은 내가 외로울 때만 내 곁에 없는 거야?
왜 내가 미워하는 놈들은 승승장구를 하는 거지?
왜 이 세상은 내 약을 바싹바싹 올리면서 나의 행복에 조금도 협조하지 않는 거냐구!....라고.
2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사악한 것은 한 가지 뿐이지.
그건 당신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야.
찰스 프레드 앨퍼드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3
그럴리 없겠지만
혹여 네가 너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너를 위해 예수님이 오신 거야.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네가 얼마나 귀중한 사람인지 알려주시려고.
혹여 네가 앞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느낀다면,
혹시 네가 이런 게 사랑받는 거로구나, 하고 느낀다면
그건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라고 생각했으면 하는거야.....
4
말하자면 그건 내 감정속으로 수혈되는 다른 피에 대한 거부 반응 같은 것이었다.
삶이든 감정이든 한 가지 혈액형 일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게 옳든 그르든 악당은 악하고 반항아는 반항적인 것이 편안한 상태인 것이다.
5
이제 우리들에겐 마지막 남은 기다림마저 사라졌습니다.
이제 은수에게뿐 아니라 내게도, 온 우주의 빛이 꺼졌습니다.
어떤 태양도 다시는 우리를 위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윤수의 블루노트 中]
6
조용히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그릇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도 그릇된 사랑에 대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T.S.엘리어트 《네 개의 사중주》
7
사형수는 여섯 번 죽는다고 한다.
잡혔을 때, 일심 이심 삼심에서 사형 언도를 받을 때, 그리고 진짜 죽을 때, 나머지는 매일 아침마다.....이다.
아침 기상종이 울리면 사형수들은 죽음을 준비한다. 만일 운동이 있고 배식이 있으면 그날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아침운동이 시작되기 전 복도에 발소리가 울리면 사형수들은 하얗게 질린다고 했다.
8
“.....살고자 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새겨진 어쩔 수 없는 본능과 같은 건데,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 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9
아는건 아무것도 아닌거야.
아는 거는 그런 의미에서 모르는 것보다 더 나빠.
중요한 건 깨닫는 거야.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10
나는 인생을 즐기고자 신께 모든 것을 원했다.
그러나 신은 모든 것을 즐기게 하시려고 내게 인생을 주셨다.
내가 신에게 원했던 것은 무엇 하나 들어주시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뜻대로라고 희망했던 것은 모두 다 들어주셨다.
이태리 토리노에 있는 무명용사의 비
11
내가 마지막 말을 마쳤을 때 그의 눈빛이 출렁, 했다.
출렁, 하는 그의 눈빛을 보자 내 가슴도 따라 출렁했다.
먼 계곡 양 가장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밧줄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 놓여지는 것 같았다.
그것을 잡은 이쪽에서 파르르 떨면 저쪽에서 잡은 손도 파르르 떠는 것 같은 기분.....
이제야 회상하건대 나는 그를 좀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구요.
그러니 그렇게 이미 죽어버린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마세요.....같은.....
그게 진짜였을 것이다.
12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당신을 몰라요.
기사가 당신을 다 말해 준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신문 기사에는 사실은 있는데 사실을 만들어낸 사실은 없어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진짜 사실인데 사람들은 거기에는 관심이 없어요.
사실은 행위 전에 이미 행위의 의미가 생겨난 것인데.....
13
“저도 당신을 만나고 나서 당신 같은 부류의 여자가....
나랑 같은 세상 다른 장소에서 죽고 싶어하며 괴로워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부자도 괴로울 수 있고, 많이 배워도 모르는 게 많을 수도 있다는 거....
한 여자를 강제로....범하는 일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남자로서 처음 알았어요.
그날 돌아가서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그 남자를 대신해서 정말 잘못했다고 혼자서 며칠 동안 중얼거렸어요. .....”
14
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정신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
생명이 다하지 않은 제 몸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으로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지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라는 것을.
알베르 카뮈 《단두대에 대한 성찰》
15
그즈음 나는 어떤 사람도 행복의 나라나
불행의 나라 국경선 안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모두들 얼마간 행복하고 모두들 얼마간 불행했다.
아니, 이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간 불행한 사람과 전적으로 불행한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종족들은 객관적으로는
도저히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뮈 식으로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들이란 없고
다만, 행복에 관하여 마음이 더,
혹은 덜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뿐인 것이다.
16
“그래, 알아. 죽이는 거 나쁜 거야.
그래서 못 했어.
그럴 용기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어.,,,,,
그런데 만약 내가 그랬으면 어땠을까.
내가 그 자식은 인간쓰레기니까,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 자식 목을 매달아놓으면, 그건 살인이고,
그렇게 살인한 나를 데려다, 살인자라고 목을 매달면
그건 정의인가?
똑같이 인간이 인간을
죽어 마땅하다고 판단하고
똑같이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데,
그래 오빠 말대로 하나는 살인이 되고,
하나는 집행이 되고,
하나는 살인자가 되어
그 죄값으로 죽고, 하나는 승진을 하는거....
그게 정의인가?”
17
석가모니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일은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그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사는 일이었다.
18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정말 몰랐다고, 말한 큰오빠는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를 업어주고,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언제나 나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
그는 모르겠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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