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을 읽고나서 집은 책이라 그런지 술술 넘 잼있게 책장이 넘어갔다.
추리소설 형식을 띄고 있어서 뒷내용이 궁금해 더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른다.
첫장에서 나오는 강물에 빠진 변사체...
그리고 곧이어 발생한 유지의 실종사건~
이 두가지의 사건을 가지고 소설은 그 주변인물들의 독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사실은 서로의 마음, 생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고 있는 그들~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가족의 모습이다.
많이 얘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는 모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강인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이끈 것에 비해 소설은....뒷심이 부족했다.
뭔가 < 기호를 보는듯한 느낌....
하나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다가 다시 모임으로서 소설이 결론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냥 여러 갈래로 나뉜 상태에서 서둘러 이야기를 수습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화자의 시점도 그렇다.
초반에는 장마다 한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나중에는 단락마다 막 나뉜다.
가령 "밍은...."..하고 얘기다가 잠시후 "남자는..." 이런식으로 홀라당 바뀌어 버린다는~
작가 나름대로는 분명한 선을 두고 앞뒤를 나누었겠지만, 읽는 사람으로서는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재 역시....
크게는 유아 실종사건과 그의 가족들...이라는 대제가 있지만,
그 사이 장기밀매조직, 집착증이 심한 여자, 몰래 남의 차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 소년,
결혼후에도 옛남자를 만나며 자신이 낳은 아이가 정확히 누구의 아이인지 끝까지 제 입으로 말하지 않는 여자,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드물게 등장한 화교에 대한 이야기, 아이가 하고 있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
마치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다양한 주제를 담아놓은 블로그처럼....
작가는 너무 많은 것을 소설에 담고 싶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지가 왜 그런 모습으로, 그런 곳에서 발견되었는지....
그리고 첫장에 나온 변사체가 밍이며 왜 그런 모습으로 발견된건지....
장기밀매 조직과 유지와 관계가 있기는 했던건지 등등~
아직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무수한 이야기 들을 뒤로 한채 작가는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엔....너무 여러가지 가설이 존재하는 그런 사건들을 말이다.
쓰다보니 비판만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소설은 잼이있는 편이다.
작가의 전작 달콤한 나의 도시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때도 작품성은 높게 평가하지 않았어도
그냥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거에 높은 점수를 줬었는데, 이번 작품도 비슷한 느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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