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 빨책에 감사한다.
나 스스로라면 절대로 고르지 않았을 책 표지에, 전혀 흥미를 가지지 않았을 먼나라 작가의 소설.....
빨책에서 소개하면서 두 임자께서 하도 극찬을 하길래 한국가면 한번 사볼까~~하고 있던 차
봄이 학교 도서관을 어슬렁 거리다가 발견한 책이다.
아메리칸 스쿨 미들하이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린 나도 기특하고, 이 책을 추천도서로 선정하여 학교에 비치하도록 하게 한
그 장본인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쨌거나 눈이 번쩍뜨여 즉시 대여를 했더란다.
사실 난 단편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하나의 글이 좋을지라도 나중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게중 몇개는 괜찮지만, 일부는 끼워팔기 한 듯 보이는 글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이 단편집은 꽤 오래 기억될법한 책이다.
물론 두 임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고,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을 만하고 그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글들임에는 동의한다.
게다가 나에게 좀 더 와닿았던 이유는 내가 인도에 살고 있기 때문인듯 하다.
인도에 살지 않았다면 크게 와닿지 않을 소소한 묘사들이 너무나 쉽게 상상되고 이해되었기에~~~~
사리, 쌀튀밥, 캐슈너트, 사탕수수 주스 한 컵, 잭푸르트, 적갈색 헤나 염료, 야자나무, 헤드가 없는 침대....
께랄라, 생선, 그린 바나나 등등.....아주 많은 것들이 내 일상과 맞닿아 있어 넘 정겨웠다.
며칠 전에는 서점에서 줌파 라히리의 신작 소설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내용이 궁금해서 쭉쭉 읽어 내려갔었는데...나중에 기회가 되면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 일시적인 문제 : 사산으로 아이를 잃은 쇼바와 슈쿠마. 어색하게 지내던 중 온 5일간의 정전. 속얘기를 털어놓던 마지막 날, 쇼바는 새집을 구했다는, 슈쿠마는 사산된 아이를 안아보았다는 이야기를 함. 드라마 연애시대가 생각났다.
- 파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 방글라데시 분리독립 전쟁 무렵 미국에서 가족들의 생사를 걱정하는 파르자다 씨에 관한 이야기
- 질병통역사 : 질병통역사이자 관광 가이드인 카파시씨가 안내한 다스 가족. 부인에게 호기심을 가졌으나 둘째가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고 고백하는 걸 듣고 모욕감을 느낌
- 진짜 경비원 : 청소부이자 경비원 역할을 맡고 있는 부리 마. 영화로웠던 옛시절을 이야기 하지만 다들 믿지 않음. 세면대를 설치한 달랄부부가 여행간 사이 도둑이 들고 아파트에서 쫓겨남
- 섹시 : 유부남 데브와 사귀는 미렌다. 본인은 그저 내연녀일뿐 인 것을 알고는 있으나 느끼지 못했는데 잠깐 맡아준 친구의 조카가 한 말에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느냐고...
- 센 아주머니의 집 : 센 아주머니 집에 맡겨진 엘리엇과 센부부 이야기. 생선을 좋아하는 케랄라 사람 센 아주머니. 내가 인도에 살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단어와 문장이 와닿았던 글
- 축복받은 집 : 갓 결혼 한 산지브와 트윙클.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성물로 기쁜 트윙클과 달리 본인들이 힌두임을 상기시키는 산지브. 집들이 때 모두같이 은제 그리스도 흉상을 찾아냄.
- 비비할다르의 치료 : 간질(로 추정되는) 병이 있는 비비할다르는 사촌오빠 집에 얹혀 삼. 온갖 방법을 썼지만 치료 불가. 그나마 친구들이 돌봐주기는 하지만 사촌오빠 내외는 탐탁찮아 하고 아이를 낳자 더 홀대하고, 결국 떠나지만 비비는 사생아를 낳음으로서 치료 됨
-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 인도인으로 태어나 영국을 거쳐 아메리카로 건너간 주인공은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에서 여생을 보냄. 부인이 오기 전 6주간 지낸 크레이프 부인의 집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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